잔디 상태가 나빴던 건, 그것도 매우 나빴던 건 '팩트'다. 그런데 유효슈팅 하나 없이 이란전 5경기 째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게 정말 다 잔디 때문일까?
적어도 피치 밖에서 봤을 땐 '동아시아 맹주'가 만족을 논하기엔 경기력에 아쉬움이 남았다. 유효슈팅은 없었고, 세컨드볼 경쟁에서는 연신 밀렸다. 후반 7분 상대 선수 퇴장으로 수적 우위에 놓였을 때 뭔가를 만들어 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의 교체 카드는 그 후 21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이미 이란이 선수 둘을 교체 하고 난 뒤 일이다.
신태용 감독은 교체 카드에 대해 "상대가 한명 퇴장 당했지만 4-4-2 투블록을 워낙 잘 서는 팀이다 보니 세컨드볼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상암 잔디 상태에서는 극도로 힘든 세밀한 패스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롱볼에 이은 세컨드볼 탈취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건 이란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 경기력 비판에 대한 답은 다시 잔디, 엉뚱하게도 '인종'에서 나왔다.
"페르시아인 이란 선수들은 잔디가 밀려도 치고 가는 힘이 있다. 그런 잔디 흐름을 이겨야 하는데, 우리는 중심이 무너지고 넘어지면서 콘트롤이 잘 안됐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가 잘 안됐다"
한국은 이란을 '라이벌'이 아닌 '한수위'로 보고 있었다고 해야 설명이 들어맞는다. 결과를 가지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만족스러워 한 것도 그래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란은 한국전에 추축 선수인 아즈문(경고누적), 호세이니가 결장했고 타레미가 후반 9분 교체 투입된 상황에서 무승부라는 결과를 냈다. 여기에 후반 7분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란이 지금 성적이 앞서니까 우리보다 앞 서 있는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란과 라이벌 구도를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은 그래서 물음표가 남는다.
TV로 시청한 이들도, 육안으로 본 이들도 잔디 문제는 모두가 인지했다. 선수들 말이 맞다. 심각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력과 경기 운용에서 잔디가 일정 수준에 있었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건 신태용호가 가져가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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