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펀입니다. 오늘은 무더운 여름 밤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공포 특집을 준비해 봤는데요. 네 바로 '컨저링 유니버스'에 대해 탈탈 털어볼까 합니다.
대중성이 약하고 매니아성이 강한 공포영화에 유니버스, 세계관을 입힌 이 설정이 매우 특이하죠. 무모해 보였던 제임스 완 감독의 이 계획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들은 평균 제작비 대비 흥행수익이 무려 17배에 달하니까요. 지난 2013년 '컨저링1'의 경우 고작 2천만 달러로 3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습니다. 국내서도 226만명을 동원해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포영화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물론 그동안 평단, 관객의 혹평을 들었던 작품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 때마다 '컨저링 유니버스' 위기설, 한계설이 대두되긴 했습니다만 글쎄요. 제 생각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기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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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유니버스'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일단 감상하는 순서를 숙지해야 하는데요. 이번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를 포함해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은 현재까지 모두 8편이 공개됐습니다. 각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모두 다른데요. 각각의 결말이 다음 편의 시작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컨저링 유니버스'의 경우 시간 순으로 감상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먼저 1952년을 배경으로 하는 '더 넌'이 현재까지 '컨저링 유니버스'의 시작입니다. 루마니아 성 카르타 수도원에서 수녀 자살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바로 '더 넌'의 수녀 귀신, 컨저링2에도 나오는 발락이 여기서 등장하죠. 그리고 1955년 멀린스 저택에 고아원에 있던 소녀 재니스가 오게 되면서 '애나벨2(애나벨: 인형의 주인)'의 소재가 되었고, 1967년 캘리포니아 미아 부부가 애나벨 인형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영화 '애나벨1'이 다뤘습니다. 애나벨2를 먼저 보시고 애나벨1을 보셔야 합니다.
이어 1968년 워렌 부부가 처음 애나벨을 만난 다음 1971년 페론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컨저링1'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임스 완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었는데 공포영화 장르의 역사를 뒤바꿨다는 평가까지 들은 '컨저링 유니버스'의 시작이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 중 가장 박한 평가를 박고 있는 '요로나의 저주'란 작품을 감상하시면 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다른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과의 연결고리가 약해 건너뛰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1972년 워렌 부부 저택에서 일어난 악령 사건을 다룬 '애나벨3(애나벨 집으로)'를 보시면 되고, 다음 1976년 워렌 부부의 아미티빌 사건 조사 후 1977년 영국 런던의 호지슨 가족 사건을 다룬 '컨저링2'로 이어집니다.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의 시대적 배경은 1981년입니다. 19살의 살인범 아르네 존슨이 재판에서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붙어있던 악마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살인했다고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 미국 최초의 빙의 재판 사건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워렌 부부는 존슨 여자친구의 동생에게 세 번의 엑소시즘을 행했고, 소년의 몸에 43명의 악마가 들어있다고 증언했는데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새로운 스타일로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제임스 완 감독이 기획과 제작,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당했고 이밖에 그동안 '컨저링 유니버스'를 만든 촬영, 미술, 의상, 음악 등 제임스 완 사단이 총 집결했는데요. 특히 이번 작품은 악령이 깃든 집과 인형을 매개체로 했던 이전과는 달리 기록으로 남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법정으로까지 무대를 넓혔다는 점, 또 시리즈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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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유니버스'는 호불호가 극명한 공포영화 장르에서는 드물게 대중과 장르 마니아들, 그리고 평단과 언론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 특징입니다. 실존 인물인 초자연 현상 연구가 에드 워렌, 로레인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이라는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심오하고 대단한 주제 의식 대신 가족애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공포영화 장르들이 추구했던 잔인한 신체 훼손이나 무차별적인 점프 스케어를 자제하고 음산한 분위기와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구성으로 오락성을 높여 어린 관객층까지 확장시킨 것이 '컨저링 유니버스'만의 독특함이자 그 인기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품마다 엇비슷한 형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며 '컨저링 유니버스'의 위기, 한계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공포영화가 다 그렇고 그런거 아닐까요. 오히려 그런 '쪼이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공포영화를 찾아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이고요. 안 그럴거면 굳이 공포영화를 왜 보겠습니까. 또한 이 '컨저링 유니버스'에서도 작품마다 '이그에스터'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마블과 견줘 그 치밀함이나 숫자 자체가 너무 적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우리 마블 영화 보면서 이스터에그 다 못찾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론 '컨저링 유니버스' 이스터에크 찾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컨저링 유니버스'의 기세가 당분간은 결코 꺾일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요. 실제 유니버스의 수장 제임스 완 감독은 컨저링3 이후 선보일 차기작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요. 네, 꽤 많습니다. '컨저링2'에 잠깐 등장했던 괴물 '크룩드맨'의 스핀오프 작품과 애초 컨저링3에서 다룰 뻔도 했던 런던의 늑대인간 이야기가 제임스 완 감독의 머릿 속에 있습니다. 이밖에 워렌 부부의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죠. 아미티빌 사건도 아직까지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한 유니버스의 특성상 추후 공개될 작품에서 수많은 악령들을 조연급으로 등장시킨 뒤 다른 작품에서 이들의 비중을 확 끌어올릴 수도 있겠네요. 자 어떠신가요. 마블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DC보다 오래 갈수도 있다고 한다면 무리일까요.
[사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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