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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극단 선택을 한 40대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협박 메시지를 단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피라미드형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7일 SBS는 성매매를 하는 영상을 찍어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에 사용된 계좌를 경찰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에만 400여 명이 17억원을 뜯긴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건물 주차장에 있는 차 안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카카오톡에는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남성의 성매매 영상과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겠다"는 협박이 담겨 있었다.
남성은 몇 차례에 걸쳐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보냈지만 더 큰돈을 보내라는 협박이 계속되자 결국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은 이 남성처럼 몰래카메라에 찍힌 성매매 영상으로 협박을 당하거나, 조건 만남이나 몸캠 피싱에 나섰다는 걸 미끼로 돈을 뜯겼다는 신고가 전국적으로 수십 건에 달하자 수사를 확대했다.
신고 건수는 수십 건에 불과하지만 경찰은 지난달에 돈을 뜯긴 400여 명 이외에도 더 많은 협박 피해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협박을 당한 이들도 성매매를 했거나 조건만남을 시도하다 실패한 성범죄자들이다 보니 이들은 쉽게 경찰에 신고하거나 어디에 알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죄를 설계하고 지시한 이른바 '윗선'이 해외 범죄조직으로, 국내에 여러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두 계좌를 분석한 결과 들어온 돈이 즉시 수백 개의 해외 계좌로 빠져나가는 등 범죄 수법이 조직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성 매수 남성들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30대 남성 A씨 등을 상대로 '윗선'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지만 추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몸캠 피싱 피해자로 협박을 당해 범행에 가담했을 뿐"이라며 '윗선'의 실체를 모른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을 '중국에 사는 40대 형님'이라고 밝힌 '윗선'이 추적이 어려운 해외 IP 주소로 만든 익명 채팅(대화) 계정을 통해 끊임없이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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